청소년 정신장애의 역동

1. 이론적인 틀

 발달이론가들 중에서 프로이트는 청소년기에 대해 가장 적게 언급한 사람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춘기에는 오이디프스 갈등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리비도 대상으로서의 부모로부터 다시 한번 분리되면서 사랑하는 외적 대상을 발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약한 자아에 상대적으로 강한 본능이 도전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신념과 가치와 규범을 다시 습득하게 된다. 성인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초자아가 해체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안나 프로이트에 의하면 청소년기에는 다음의 세 가지 방어기전을 보인다.

· 금욕주의: 청소년은 이상주의자가 되거나 즐거움에 대해서 멀리하고 믿지 않는 금욕주의자가 된다.

· 주지화: 청소년은 무의식적 갈등과 충동을 제거하거나 무시하고 합리적이고 지적인 용어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 동일시: 청소년들은 부모를 대신할 대체물을 찾기 위해 가족과 초자아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킨다. 즉 그들은 부모에 대한 성적 감정을 부모 아닌 이상형 성인에 대한 감정으로 대치하면서 성인의 성에 대해 학습한다. 

 에릭슨은 청소년기를 이전 발달단계를 통합하는 시기로 보았다. 에릭슨은 청소년 발달단계를 가리켜 자아상에 몰두하는 특징을 따서 정체성 대 정체성 혼돈이라고 명명했다. 정체감을 수립하기 위해 청소년은 신뢰 대상과 사상을 찾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실제 능력을 추구하며 직업을 선택한다. 설리번은 청소년기를 다음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 청소년 전기는 친숙한 '또래'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친밀성은 꼭 성적인 것은 아니며 개인적 가치를 확인하고 수용하는 친밀성이다. 본질적으로 또래 관계 내에서 친밀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루게 되기 때문에 또래 관계는 미래의 모든 애정적 관계의 원형이 된다. 

· 초기 청소년기는 이성애 시기이다. 생식기 충동을 느끼게 되고 대인관계에서의 책임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 후기 청소년기는 성적 행동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는 시기로서 문화적 금기 안에서 성적 활동이 이루어진다.

 발달 이론 내에서 볼 때, 분리 · 성 · 책임 등의 문제에 있어 어떤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의 갈등은 개별적 정체감을 명료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갈등은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데 청소년과 만나는 성인이 정서가 결핍된 경우는 신체적으로 결핍된 것만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청소년은 문제점에 대해 논쟁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성인을 필요로 한다. 청소년이 꼭 혼돈스럽고 저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청소년기가 긍정적으로 진행되면 그들은 성숙한다. 성숙을 측정하는 데에는 사랑하는 능력, 정서적인 만족을 보류하고 기다리는 능력, 미래를 고려한 능력,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 등이 그 지표로써 사용된다. 성숙은 또한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청소년의 자율성을 손상시키는 가족 내에서는 부모의 청소년을 통제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청소년의 독립성을 좌절시키기 때문에 청소년의 불안은 점점 증가하게 된다. 그르므로 청소년을 단일한 이미지로서 설명하기 힘들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사이, 아이비리그의 젊은이와 게토 지역 젊은이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일반화된 이론만을 적용할 때 간호사는 대상자를 필요 이상의 부적격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 발생률과 중요성

 청소년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신병리가 발생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드물며, 때때로 청소년의 정상적인 행동과 심각한 문제 행동은 구분하기 어렵다. 심하게 장애가 있는 청소년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 청소년이 문제없이 성장할 기회는 점점 희박해진다. 청소년의 정신질환에 대한 발생률은 매우 다양하다. 청소년의 20% 정도가 기능상의 심각한 손상을 입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며, 생활이 완전히 와해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나 60% 정도는 불안이나 우울장애의 간헐적인 에피소드를 겪고 나머지 20%는 정신 심리적인 장애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청소년기 문제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자료로서 외래진료를 받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급성-만성 뇌장애 4%, 정신지체 10%, 정신분열병 6.5%, 신경증 18%, 인격장애 20~30%, 일과성 상황 장애 36% 등의 진단적인 범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치료 현장에서 볼 때 대부분 청소년들은 적응 반응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나라 중 · 고등학교 청소년의 경우 성정체감 발달에서 남녀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자 청소년의 경우 성 표현이 개방적이고 이성과의 실제 성경험의 빈도수가 높으며 여학생의 경우보다 자위행위와 음란 비디오 시청이 매우 빈번하다. 반면 여학생의 경우 부정적 신체상을 많이 가지고 있고, 신체적 변화에 불만이 많아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정체감의 위기가 심할수록 정체감 위기를 겪지 않는 청소년보다 성행동이 증가한다.

 약물 사용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보편적인데, 청소년과 가족이 직면한 발달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1992년 한국 청소년들의 약물남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경우 흡입제 2.0%, 대마초 1.0% 코카인 0.3%, 각성제 7.2% 환각제 0.6%, 신경안정제 1.7%, 진통제 27.7% 등의 복용 경험을 보여주며, 알코올은 45.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청소년의 경우는 고등학생들보다 높은 정도를 나타내고,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상당수 약물에 노출되어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청소년 10,62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알코올 78.7%, 흡연 29.9%, 각성제 14.7%, 대마초 0.7%, 본드/시너 1.6%로 나타나 알코올 남용이 매우 높게 나왔다. 특히 본드, 부탄가스 등 흡입제의 경우는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비용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이고, 흡입제는 다른 물질 사용으로 가는 전 단계라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약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어울리고', '친구의 권유', ' 또래 압력'과 '호기심'이 가장 많았다(55.5%). ' 우울한 감정이나 화난 기분', ' 지루함을 덜기 위해', '현실의 어려움을 모두 잊으려고' 등의 심리적 이유도 53.3%로 나타났고, '기분 좋은 환상을 보기 위해서',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므로' 등의 경우도 있었다.

 강박적으로 약물에 몰두하는 대부분의 약물 사용자는 중복의존자이다. 이들은 약물 복용 시 반드시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항불안 약물, 수면제, 각성제 등을 처방받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불법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한다. 즉 약물중독 청소년은 약물중독 이외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인격장애, 행동장애 등의 진단과 관련이 높다.

 청소년 약물남용과 관련이 높은 장애는 조울증이다. 16세에서 19세 상이의 대학생 424명 가운데 조울증의 유병률은 9.4%임이 밝혀졌다. 아침 일찍부터 음주하고 취하는 행동은 물질 의존과 조울증에 있어 모두 중요한 위험 인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사회 특유의 학벌주의로 인한 대학입시 관련 스트레스는 청소년의 신체화 · 강박증 · 대인 예민성 · 우울 등의 증상을 증가시키고, 자아 정체감과는 역상 관계를 보여 입시 스트레스가 없는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이 심각하게 낮다. 청소년 신경증 환자의 52%가 주요 스트레스를 학업 문제라고 하여 정신병리의 유발, 악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연변의 한족, 조선족, 서울 청소년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한족은 친구 · 가정 · 이성 문제 순으로, 조선족은 취미-오락, 가정-경제의 순으로, 서울 청소년은 공부, 학교생활, 취미-오락 문제의 순으로 역시 한국의 입시 스트레스가 높음이 입증되었다. 

 발달상의 문제를 겪는 청소년의 15~25%는 그 문제가 아동기에 시작된 것인지, 순수하게 청소년기에 시작된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년 정신장애에 관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그 통계가 순수한 기술통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추론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후자에 속한다면 청소년기에 대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 무엇인지 논평해야 한다. 

 청소년 장애에 대하여 요약하면 행동 문제가 많이 나타나면 날수록 이들 문제는 청소년들이 예견할 수 있는 연령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과, 정서적 혼란과 인지적 · 행동적 어려움이 많을수록 청소년은 심리적으로 더욱더 심한 장애를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